정부에 책임 돌리며 사퇴한 정정화 위원장

입력 2020-06-26 17:26   수정 2020-10-07 19:17

정정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사진)이 “탈핵 진영이 빠진 공론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26일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공론화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재검토위를 해체하고 새로 구성해야 한다”며 “탈핵 시민계를 포함해 이해당사자들이 포괄적으로 참여하는 논의 구조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검토위는 원전 가동에 따라 생겨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등에 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에서 수립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재검토위를 출범시켰다. 월성원전 임시저장시설(맥스터)뿐 아니라 영구처분시설 건립 등 중장기 정책 수립과 관련한 공론화도 맡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을 꾸렸다. 이때 나온 의견을 토대로 중립적 전문가들 중심으로 작년 5월 재검토위를 출범시켰다.

‘당초 중립적 전문가로 재검토위를 구성하는 데 동의해 위원장을 맡았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 위원장은 “여기서 그만두면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위원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고 스스로도 인정한다”면서도 “이대로 공론화를 하면 더 큰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공론화 파행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책임으로 돌렸다. 정 위원장은 “전국 단위 의견 수렴, 경주 양남면 주민설명회가 여러 차례 무산됐다”며 “탈핵 진영의 신뢰를 얻지 못한 산업부가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재검토위의 공론화는 실패했다”며 “그럼에도 공론화를 지속한다면 이후 일어날 모든 물리적 충돌, 수용성 부족에 따른 저항은 모두 산업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정 위원장 기자회견 직후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산업부는 “(탈핵 진영인) 탈핵시민사회단체에 토론회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참여 자체를 거부해왔다”고 했다.

정 위원장의 사퇴로 경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맥스터 증설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재검토위에 따르면 월성원전 맥스터는 2022년 3월 포화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곳이 없으면 원전 가동이 불가능하다. 지역주민 공론화가 파행을 겪으면서 월성 2~4호기가 모두 멈춰서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증설 작업에 19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올여름에는 증설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월성핵쓰레기장반대 주민투표 울산운동본부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머지 재검토위 위원들도 책임질 수 없는 공론화를 중단하고 전원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재검토위와 산업부는 당초 계획했던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회의를 열어 위원들 중에서 새 위원장을 뽑기로 했다. 27일 월성 맥스터 증설 여부 공론화를 맡을 경주 시민참여단 출범식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윤석 재검토위 대변인은 “시민참여단 150명과 3주간 교육 및 토론을 진행한 뒤 7월 중순에는 최종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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